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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내가 20대 후반에 건설 현장 관리직을 그만둔 4가지 이유

by V.jun 2021.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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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회사는 건설자재 생산 현장이었어요.

그곳에서 관리지원팀의 막내로 일을 했답니다.
그때는 팀장 한 명, 경리직원 한 명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한 팀이었어요.
할 일은 재고조사, 구매관리, 상품 입출고 관리, 장비 보수유지 관리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했습니다.

저는 이 회사에서 1년 3개월 정도 다니고 퇴사했어요.
솔직히 입사 후 3개월 정도 다니고 떼려 치고 싶었는데,
SNS에 취직했다고 홍보하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취직 소식을 알렸던 터라,
조금 쪽팔려서 더 다니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1년 3개월을 겨우 버텼네요.

제가 근무했던 건설 현장은 대다수의 일용직 노동자와 하청 업체 관리자 일부 그리고 원청 관리자 일부 이렇게 구성되어 일이 돌아갔어요. 저 같은 경우는 원청 관리자여서 공사 현장을 지휘하기보다는 하청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건설 자재를 잘 만들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을 했어요.

제가 건설 현장 관리직을 그만둔 이유는 총 4 가지예요.

첫 번째, 빠른 출근과 늦은 퇴근, 제가 근무했던 회사는 8시 출근 19시 퇴근이 정상 근무 시간이에요.
건설 현장이다 보니 매일 8시에 아침 조회 및 안전 교육을 진행했어요. 아침 조회 시간은 7시 50분 체조로 시작합니다. 저는 적어도 7시 45분에 도착해서 체조 음악을 틀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체조를 하러 갑니다. 아침 조회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어요.

퇴근은 19시에 퇴근이에요. 업무가 적은 것도 아니라 잡무를 처리하다 보면 19시에 정시 퇴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출퇴근을 하니 퇴근하고 나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어요. 건설 현장이 지방에 있다 보니 사람들도 별로 없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조성되지 않아서 사실 퇴근하면 숙소로 들어가서 스마트 폰만 보는 게 일이었습니다.

저는 독서가 취미라 매일 동네 도서관 같은 데 가서 책을 읽었네요. 나름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했었네요.

두 번째, 사생활이 보장 안 되는 기숙사 생활, 제가 근무했던 지역은 충북 음성 쪽이에요. 현장 자체가 국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불가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 없었어요. 저희 집은 서울에 위치했는데 결국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기숙사가 단독으로 있는 방이 아니었어요. 아파트 한 집에 남자 4~5명 정도를 살게 했었습니다. 아파트 평수는 3~40평 형대라 크긴 했지만 성인 남성 4~5명이 살고 있어서 솔직히 열악했습니다. 저는 막내라서 다른 팀 직원과 같이 한 방에서 생활했는데 엄청나게 불편했습니다. 따로 공부를 하기에도 눈치가 보였고 항상 옆에 직원이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왜 내가 그 회사를 1년을 넘게 다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끔찍했네요.

세 번째, 수직적인 군대식 문화, 건설 현장은 아무래도 일용직 노동자들이 있다 보니 분위기가 경직돼있어요. 현장에 나가면 험한 말을 듣기 일수고 관리직원들도 그런 사람들을 상대해야 되다 보니, 말투가 날카롭게 나갑니다. 현장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담배를 태우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적응이 안됐어요. 상사가 지시를 내리면 나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운 구조였고 그렇게 했다간 찍히게 돼있었습니다. 막내가 당연히 궂은일 하는 게 맞는 분위기였어요.

저는 회사에 입사하고 교육을 들은 적이 없어요. 기존에 제 일을 도맡아 하셨던 분도 본사와 충돌이 생기고 퇴사를 했던 터라 팀장이 인수인계를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업무를 팀장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더라고요. 제가 글을 쓰면서도 웃기는 상황인 거 알겠지만 정말 모르더라고요. 심지어 그만둔 전 직원을 초청해서 반나절 정도 업무를 알려주라고 할 정도였어요. 여기는 까라면 까라는 회사인 건가 싶었어요. 딱 3개월이 지나니깐 본사와 팀장이 일 때문에 갈구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금의 실수라도 있을 시 매일 같이 갈궜거든요.

네 번째, 자기 계발 인프라 부족, 지방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주변에 인프라가 없습니다. 9시만 돼도 주변이 깜깜하고 무서웠어요. 어딜 나가기가 겁날 정도였죠.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집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도 없어서 뭔가 물어보기도 쉽지 않았어요. 제 차가 생긴 이후로 충주 쪽으로 나가서 운동을 시작했었는데 그 운동 덕분에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체력이 생기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만약 그것조차 못했다면 1년을 못 채우고 나왔을 것 같아요.

글을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후련하면서도 안 좋은 이야기만 하다 보니, 정서가 안 좋아지는 기분도 들어서 이 정도로 글을 마칠까 싶어요.

이 글은 전적으로 저의 기록용도로 남기고 싶어서 작성한 내용이에요.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정리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서 저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글을 작성해봤어요.

건설 현장직의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비교적 초봉이 높아요. 두 번째는 현장직이다 보니 많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일들이 많아서 칼로리 소비가 돼요. 세 번째는 보너스가 있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요. 솔직히 저는 못 받았어요. 퇴사자가 있다 보니 퇴사하기 전까지 성과급을 뿌리지 않더라고요. 저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보너스 받는 기간이 딜레이 되는 것 같았어요.

암튼 저의 최악의 직장 생활이었지만 사회경험을 혹독하게 한 거라 생각하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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