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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업무에 집중 해주세요.

by V.jun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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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이직한 지 1달 하고 보름이 안 됐다. 처음 이 회사에 지원서를 넣기까지 스타트업에 입사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이 전까지 이 회사보다 큰 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조건과 복지 등이 맘에 들었고 스타트업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면 이 회사에 최종 입사를 보류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규모 측면을 빼고서는 외적인 모양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특히 연봉, 복지, 위치 등이 나에게 딱 맞는 조건이었다. 또한 회사 비즈니스 자체도 앞으로 나의 비전과 이뤄야 할 목표에 연관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도 무척 재미있었다. 

 

나는 틈만 날때마다 회사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이 계속 떠올랐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 어필하면서 동료들과 서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런 정보가 나의 직업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면 나 스스로도 공유하지 않았을 텐데 난 지극히 내 직업에 대한 정의를 잘 알고 있으며 그 직업에 합당한 정보를 공유하기에 애를 썼다. 

 

그러나, 1달이 되고 면담을 진행했을때, 팀장이 나에게 했던 말에서 충격을 받았다. 팀장은 나에게 "업무 집중도에서 점수를 높이 주지 못하겠다"라는 말을 했다.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어서 "업무에 집중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쿨한 척 웃었다. 또는 팀장의 말을 이해하는 척하면서 얼버부렸지만 솔직히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서비스 기획자다. 그리고 서비스기획자는 회사에 있는 서비스를 고도화 하거나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팀장의 말은 내가 그동안 했던 아이디어, 정보 공유에 대한 내용은 관심이 없고 그저 내가 하라는 일에만 열심히 하라는 경고성 이야기를 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 난 상처받았다. 스타트업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줄 알았다. 수평적이면서 즉흥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바로바로 결과물을 얻어내는 일들을 하는 줄 알았다. 난 이 회사에서 기대감이 컸다. 그리고 나는 이 회사에서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킬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 하고 보름이 안 되는 시기에 나의 기대감은 산산조각 났다. 

 

퇴사해야 될까? 나는 이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더 좋은 회사, 혁신적인 회사가 되는 일에 내가 서있기를 원했다. 그런 기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는데, 피드백받은 말이 "어디 가서 사업할 생각이냐?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음.. 솔직히 말하면 사업할 생각이 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 하는 일로 사업을 할 생각 따위는 없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난 그저 이 회사가 더 좋은 회사가 되길 바랐던 마음인데 이런 순수한 마음에 재를 뿌렸다. 

 

집에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런 억울함을 참고 3개월 뒤 수습 평가를 할 때 팀장한테 한 번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일단 오해는 풀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 사람들은 회사에 대한 나의 열정을 오해하고 있다. 이 오해만 풀자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가졌던 기대는 마음 속에 고이 묻어두고, 내가 근무하는 동안 만약 기회가 온다면 그때 나의 열정을 조금씩 드러낼 수 있도록 해보자. 

 

나에겐 회사 일과 더불어 나의 일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나는 나의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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